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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5 10월4일


10월이라고!

방심한 사이 꼼짝없이 몸살에 걸리는 바람에 10월 1,2,3일에는 실눈을 뜨고 바라본 해가 뜨고 지는 광경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게 되어버렸다. 안타깝다. 10월의 첫 날들에는 밖에서 공기를 좀 많이 마시고 싶었는데... 가을이 어느새 깊어져 진하게 우려져 나온 서걱서걱한 나뭇잎사귀 냄새, 캄캄한 밤에도 높게 느껴지는 하늘, 잘 보이지도 않는 별들마저도 더 신선하고 푸르렀던 것 같다.
3일 밤에는 그래도 용기 내서 창문을 활짝 열고 그 공기를 한참 맛보았지. 그러고보니 어제부터인가 난방이 나오기 시작했다.

9월 30일에는 Christoph von Dohnanyi 크리스토프 폰 도나니 (도흐나니라고 보통 쓰던데), orchestre de paris 그리고 피아니스트 martin helmchen의 공연을 보러 pleyel에 다녀왔다.
이때부터 사실 몸이 좀 안 좋았지만 공연 보기 전엔 신나서 몸에 상태에 귀기울일 여유가 없다.
오랜만에 보는 독일인의 지휘. 평소 음반에서의 인상때문인지, 지긋한 연세에 어울리는 고운 백발 때문인지, 단단한 지휘 동작 때문인지, 그의 음악은 무게 있고 뒤가 쉽게 연상되는, 짜임새 있는, 바닥이 두터운 것이었다.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파리오케스트라는 조금 안 어울린다.

드보르작 피아노 콘체르토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라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별로 음반에서도 다뤄지는 것을 보지못한 것 같다. 드보르작은 피아노보다는 현악에 훨씬 더 친숙했던 작곡가였고 따라서 이 곡에서는 피아니스트에게 낯설거나 혹은 거의 불가능한 손의 움직임을 요구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루돌프 피르쿠스니, 또 누구더라? 에 의해 조금 "둥글게" 각색된 버전이 통상적으로 연주되었고 이후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드보르작의 원전 그대로 재현해낸 바 있다. 82년생의 젊은 연주자인 마르틴 헬름헨 (발음이 어렵다.) 은 리히터처럼 조금 어려운 길을 택했다.
직접 (들어)보니, 잘 모르는 사람이 딱 보기에도 정말 어휴 너무 심했다 싶은 정도.
1악장에서는 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라에 일단 속도 면에서 자주 뒤쳐졌고, 많이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후반으로 갈 수록 조금씩 페이스를 되찾는 것 같았다.
만질만질한 조약돌들이 와르르르 구르는 듯한 조밀조밀한 피아노가 듣기 좋은 ...곡이었는데 아무튼 치기엔 꽤 어려울 듯 싶었다. 곡보다는 해석 내지는 연주자 기량의 문제인 듯 한데, 피아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울림, 그 끝없는 파장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류의 연주는 아니었다.
차라리 앵콜곡은 본인에게 보다 어울리는 좋은 연주를 했다고 생각했다. 이틀에 걸친 공연이었는데 첫날엔 바흐의 곡을 쳤다고 한다. (타르코프스키가 영화에 매번 삽입했다는 곡이라는데...뭔지 잘 모르겠다. 찾아보니 코랄곡이 나온다.) 내가 간 둘쨋날에는 아마도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중 하나를 치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는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전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쇼팽이었나?

그러고보니 오늘 저녁나절엔 집에서 바르샤바 쇼팽 피아노 콩쿨을 보았다.
세상 참 좋아졌다.
오늘 마지막 주자인 Yaron ...무슨 berg 인가 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친 곡은
내가 아끼는 쇼팽의 에튀드 25/11 winter wind였다.
젊은이 답게 피아노를 부술 듯한 힘이었지만 고백하건대 나름 곡에 어울려 꽤 멋졌다.
그러나 늘 불만 많고 궁시렁대길 좋아하는 나는 어줍잖다는 듯이 아이튠즈를 켜고 폴리니의 연주를 다시 듣는다. 할아버지가 더 잘쳐...이러면서...

자기 전에 침대에선 컴퓨터 절대 안하기로 했는데 자꾸 노트북을 껴안고 잠자리로 향하게 된다.
이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을 하루 종일 듣고 있다. 정말 아침부터 지금 새벽까지 계속이다.
브람스의 곡들은 정말 들을 수록 좋다.
향이 강해 처음부터 확 잡아끄는 그런 음악이라기 보단... 오래 씹을 수록 단 밥알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녹말의 호화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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