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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8 Stephen Kovacevich + David Zinman + OP @ Salle Pleyel, 17 11 2010 2



당연히 표를 사 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니어서 정말 놀랐다. 왜 예매했다고 생각했는지 나도 내 기억을 도대체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아직 좌석은 충분한 것 같아서 일찍 가면 표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날씨가 너무 궂고 오늘 낮에 여행사 사람과 싸우느라 공부를 많이 못한 관계로.
갈까 말까 조금 고민했지만
아예 이렇게 망친 날은 저녁까지 놀아주는 게 좋다는 생각에.
자알 다녀왔다.

코바세비치의 연주는 한번도 의식하고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르헤리치의 남편이기도 했고 최근에 누군가가 좋다는 말을 하기에 한번 직접 연주를 보고 싶었다.
진만 역시.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은근히 이쪽 여론에서도 화려한 대스타는 아니어도 속이 알찬 지휘자로 칭찬받고 있기에 궁금했던 차였다.
그리고 또 하나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지휘자에 따라서 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떻게 달라지는 가 하는 그냥 혼자만의 조그만 .. .궁금증이랄까, 탐구생활...같은 거.
올해 시즌부터 파리 오케스트라 공연을 정말 줄기차게 다녔는데 두번 정도 빼고는 매번 지휘자가 달랐다. 아마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다니는 공연에서 "명 지휘자"가 아닌 이가 포디움에 서는 일은 거의 없고, 그렇다면 정말 뭔가 흥미로운 비교가 될 것 같았다.
일단 오늘 공연까지의 감상으로는, 실제로도 지휘자에 따른 연주의 차이가 아주 선명하지는 않아도 꽤 많은 부분에서 그것도 의외의 부분들에서 드러난다는 느낌을 받아 조금 뿌듯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정리해서 써볼 만 한 이야기인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의 프로그램은
마크-앙드레 달바비(Marc-André Dalbavie) 의 야나첵의 작품에 대한 관현악 변주 (Variations orchestrales sur une oeuvre de Janacek) 프랑스 초연,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1부를 구성했고
2부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La Grande로 마무리하게 되어있었다.

달바비의 작품은 다시 한번쯤 제대로 들어보아야 뭐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다지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저번에 들었던 아르보 페르트나 아주 충격적인 논노 정도 빼고는 현대 작품들은 아직은 귀에 많이 설다.

베토벤 협주곡은 정말 신났다.
늘어짐 없이 아주 귀에 촥 촥 감기는 산뜻하고 정말 즐거운 연주였다.
그리고 나는 데이빗 진만이 이렇게 ... 자꾸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이렇게 귀여운 사람인지 몰랐다
동글동글하고 단단한 어쨌든 동그란 할아버지인데 (머리와 수염이 희어서 더 할아버지로 보이는 걸지도) 지휘하다 신나게 막 빨간 볼을 하고 웃으면서 율동을 한다. 나도 모르게 따라서 함박웃음.
내가 볼 때 곡에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지휘자의 움직임과 시선을 눈으로 빈틈없이 좇는 것인데 진만 같은 지휘자는 정말 온몸으로 음악을 다 말해주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겠다. C. 클라이버나 넬슨스 같은 ㅋㅋ 넬슨스보다는 확실히 좀 얌전하지만. 그냥 오버액션을 한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정확한 동작으로 곡을 읽어준다. 내가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면 진만을 정말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직접 겪어본 일은 없으니 어디까지나 그냥 추측이지만.
피아노의 코바세비치와 들어가는 박자를 맞출 때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어떤 감정을 더 넣어달라던가 (아마도) 이런저런 부탁? 지시를 하는데, 정말 너무 귀여운 동작이어서 내 주변 사람들도 진만을 보고 껄껄껄 웃었다.
코바세비치는 피아노를 "가지고 노는" 종류의 연주자인 것 같았다. 아주 쉽게 친다. 그의 등에서는 어떤 긴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뭔가 전체적으로 호소력이 있다거나 이야기를 걸어오는 연주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virtuose임에는 틀림 없다. 피아노 솔로 부분들은 정말 박수를 치고 싶게 만드는 멋진 연주였다.
1악장의 카덴차를 듣고 거의 뭐 이건 곡 하나를 다 들어버린 만큼의 용량이라고 생각했으나. 3악장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특히 오케스트라 연주가 죽여줬다. 어휴. 필요할 때는 박력있으면서도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아주 해상도 높게 살려낸다. 곡의 정서와 관계없이 들어서 정말 기분이 좋은 연주가 있는데 오늘 베토벤이 그랬던 것 같다.

코바세비치는 앵콜곡으로 베토벤의 바르카롤레(아마도)를 연주했는데
파리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듯 하다. 세상에 앵콜 한번 하고 나니 바로 박수를 멈추고 연주자를 고이 들여보내는 일은 처음 본다. 공연이 너무 늦게 끝날까봐 겁나서 그랬나? 설마. 그건 아닌 것 같다.

슈베르트 9번 역시 연주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직 슈베르트 교향곡과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아니 슈베르트와 그냥 별로 친숙하지 않다고 해야 맞다. 나는 아르페지오 소나타하고 피아노 즉흥곡만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데 워낙 진만의 카리스마가 대단하고 지휘자가 직접 악보를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들려주는 느낌이라 거의 처음 듣는 곡인데도 불구하고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지 않나 싶다. 듣다가 내가 좀 모르겠어서 괜히 프로그램 들여다보고 괜히 천장에 조명은 잘 붙어있나 쳐다보고 이러면 그러지말고 좀 다시 와서 들어봐라, 이런거다, 그런 말을 건네는 것 같이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는 연주였다. 마디 마디가 소절이 넘어가는 연결이 아주 좋다. 막 콰과광했다가 밑바닥 없이 휙 떨어져 버리는 그런게 아니라 떨어질 때도 두터운 바닥이 받쳐져 있어서 안심하고 들을 수 있는 그런 연주.
어쨌든 곡 자체는 역시 좀 더 들어봐야 알 것 같다. 확실히 베토벤 교향곡들과는 많이 다르구나. 낭만주의 음악이라는게 이런 건가 ? 정말 새삼스럽게 이제와서 자문해보았다.

오늘의 즐거운 일 하나. 즐거운? 아무튼 재미있는 일
인터미션 때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와 코바세비치와 달바비가 내 자리 근처에 서서 다른 사람들과 (아마도 음악 쪽에 있는 사람들인듯)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ㅎㅎㅎ오랜만에 보는 에셴바흐.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인물들을 옆에서 볼 수 있는게 재밌다.
2부가 시작되자 에셴바흐는 사라지고 코바세비치와 달바비 등은 나와 같은 열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내일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한차례 더 하는데
파리에 계신 분들이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꼭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진만의 지휘가 워낙 깔끔하고 단단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보통은 커튼콜 한번 정도 하면 일어나서 집에 가는데, 오늘은 곡들이 좀 길어서 평소보다 훨씬 늦게 끝났는데도 끝까지 앉아서 박수를 쳤다.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
orchestre de paris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david zinman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동영상을 바로 따올 수가 없어서 좀 불편하지만 그래도 짧고 재밌으니까 추천해봅니다.

orchestre de paris

아니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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