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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6 Alfred Brendel: Light and Shade of Interpretation @ Cité de la Musique, 15 01 2010 1


최근 올린 글들의 대부분이 "너무 피곤해서" 등의 넋두리 내지는 투정 비슷한 말들로 시작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렇게 피곤한 날도 있는데 좀 아껴둘 걸 그랬지. 2011년 첫 글 역시 피곤하다는 말로 시작하는 내 스스로를 향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싶어진다.

어쨌든 오늘 알프레드 브렌델의 렉쳐에 다녀왔다.
이 일은 나에게 많은 걱정과 안달의 해소를 의미하는 중요한 것이었는데
첫째로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를 토막 토막이나마 들었다는 것. 앞으로 이 분을 (심지어 공식적으로 은퇴까지 하셨으므로)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그닥 많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싫지만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둘째로 무서운 동네에서 밤 늦게 그것도 잠기운에 비틀거리며 귀가할 걱정에 요 며칠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우연히 귀가 셔틀버스의 존재를 알게 되어 나름 편안히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
셋째로 프랑스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9시 이후에 억지로나마 깨어있을 수 있었다는 것.
넷째로 지금까지 위에 적은 걱정거리들에 대해 사실은 그렇게나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강의 내용.

음악 작품의 위대함은 "연주되었을 때 비로소 실재하는 것이다" 가 아니다. 연주자는 단지 잠자고 있는 음악을 입맞춤으로 (시인다운 표현.) 깨워내는 역할을 할 뿐, 모든 것은 이미 악보 안에 다 들어있다.

phrase 끝 diminuendo 의 나쁜 점과 나쁜 예 강조 또 강조.

각기 다른 해석을 두루 받아들이고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이건 아니고 이건 맞다의 기준이 확실하셨다. 헨델의 헤라클레스 중 act II "Jealousy" 부분을 세가지 버전으로 들려주고 어떤 것이 극의 내용에 가장 잘 부합하는 해석인가 를 묻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셨는데
각각 연주가 누구의 것인지는 불행히도 알 수 없다. 그걸 본인이 직접 알려주면 물론 안되겠지.
투표를 하자고 하셔서 나는 두번째 것에 손을 들었는데 과연 첫번째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신다며 세번째는 이미 음악적인 결함이 있고 두번째 것은 artificial 하다고... ㅋㅋㅋ 공산품에 친숙한 세대라며 변명해본다

그리고 각 note 들에 얼만큼의 중요성을 부여할 것인가 그게 왜 중요한가 말씀하시면서 베토벤 7번 allegretto 악장을 피아노로 약간 연주해주셔서 무지 기뻤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는 베토벤 appassionata 1악장 처음 부분 (trille의 역할을 설명하시면서), Hammerklavier 1악장, 32번 op.111 의 어떤 부분 (여기에서는 특히 사람들의 박수가 완전 spontaneously 터져 나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1악장 도입부, 교향곡 25번 1악장 역시 도입부 (이건 diminuendo의 나쁜 예를 설명하시면서 ㅋㅋ), 피아노 소나타 몇번이더라 6번? 7번? 의 한 부분, 슈베르트 moment musical 3번, impromptus 두어곡, 소나타 960번 2악장(아마도) 한 부분.......등등을 짤막 짤막하게 들려주셨다. 또 다른 것도 엄청 많았는데. 조금이나마 연주 들을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좌중을 웃기는 데 능란하시다. 쇼팽에 대해서 새를 가지고 비유했던 것과 노년의 집착에 대한 유머가 특히 고품격이었다. ㅠ지금 정확히 디테일이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사람들을 웃기는 거... 역시 대단한 능력이다. 똑같은 곡을 뉘앙스만 조금 다르게 치니까 곡이 순식간에 개그의 소재가 되었다. 덕분에 시차 때문에 불안 불안한 중에도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9시가 다 되어가자 아무리 중요한 자리여도 깨어있는 것 자체가 확실히 무리여서 정말 어디 기대 자고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안 쪽 구석 자리에 앉은 남자분이 중간에 나가면서 사람들을 다 일으켜 세우는 바람에 잠이 다시 좀 깨서 끝까지 열심히 들었다. ㅎㅎ



결국 생각나는대로 이것 저것 쓰다보니 이렇게 주절주절 말 많을 거면서 뭘 또 피곤하다고 생색내기는... 이상한 사람이다.

어쨌든 이젠 정말 자야지.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