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Vadim Repin | 2 ARTICLE FOUND

  1. 2010.12.12 지나간 공연들 1
  2. 2010.06.20 정명훈, OPRF, Vadim Repin @ Pleyel, 18062010 2

지나간 공연들

ouïe/classique 2010. 12. 12. 18:01

12월 4일의 바딤 레핀 +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프로코피에프, 야나첵, 라벨 소나타.
12월 6일의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페도세예프의 "전쟁과 평화" 프로젝트

둘 다 물론 플레이옐에서 있었고.
어떻다 말하기 입 아플만큼 좋은 공연들이었다. 제 값을 주고 봤어도 돈 아깝지 않았을 것 같다. (이건 너무 당연한가.)

레핀의 바이올린은 들으면 기분이 되게 좋아진다. 정확히 말하면 레핀은 연주할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아보인다. 그래서 보고 있는 사람도 덩달아 즐거운 것 같다 ㅎㅎ
아무리 심각하고 엄청난 기교가 요구되는 - 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 어려운 곡이어도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과 큼직 큼직한 동작으로 슥 슥 연주해내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뭐 사람이 저런가 무서우면서도 ㅋㅋ 기분이 좋다.
베레조프스키의 반주도 훌륭했다. 같이 갔던 친구는 특히 그의 연주를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무서운 러시아의 두 거장이 호각을 이루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두 사람이 너무 편안하게 연주를 하기에 그 자체로 음악 외적인 재미마저도 있었다.
다만 아무래도 그들에게 기술적으로 너무 모든게 쉬워서인지 둘이서 약간 기교 잔치를 벌이는 바람에. 바이올린 소나타의 수수하고 질박한 맛은 찾기 힘들었고 (특히 야나첵이나 프로코피에프) 그 곡 자체가 주는 울림보다는 뭔가... 그냥 레핀을 보고 온 느낌이 많이 들었다. 라벨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저번 조슈아 벨보다 훨씬 더 라벨 같았다.

이 날 앵콜곡은 3곡이나 있었는데 그것도 아주아주 긴 곡들로만.
왜인지 본 프로그램보다 더 느낌이 좋더라. 안타깝게도 무슨 곡들이었는지 모르겠다.
계속 계속 다시 무대로 나오길래 친구랑 음 저사람들 오늘 뭔가 잘되나보다 하고 귓속말을 했다. ㅋ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페도세예프의 6일 공연이 나는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 날 연주된 곡들을 아우르는 주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였고 지휘자에 의해 기획되고 연출! 된 일종의 프로젝트 물이었다. 러시아의 유명한 배우들이 맡은 (나는 러시아 영화를 잘 몰라서. 처음 본 사람들이었으나) 곡 중간 중간에 극적인 나레이션 역시 이 날 프로그램을 특별하게 한 요소 중 하나였다. 전쟁과 평화라는 키워드가 말해주듯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침공을 러시아 사람들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야기였는데 프랑스 관객들이 보기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나는 마냥 재밌었다.
첫 곡은 베토벤의 에로이카 1악장. 나는 저번 도흐나니 때 보다도 훨씬 좋았는데 1악장 뿐이어서 좀 아쉬웠다. 그 후에는 프로코피에프의 오페라 전쟁과 평화 서곡과 왈츠,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이 연주되었다.
1812년 서곡이야말로 이 날의 백미였는데,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을 정도였다. 작곡가의 이름을 걸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또 프랑스라서 뭔가 미운 마음을 담아 필사적으로 연주하는 건지 ㅎㅎㅎ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숨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엄청나게 강렬한 순간이었다.
프랑스 사람들마저도 약간 정신을 잃고 미친듯이 환호하더라.
또 듣고싶네. 정말 곡 자체가 너무 멋있다. 공부 좀 해야지. 뭔가 굉장히 이야기가 많이 얽혀있는 곡인 것 같던데 뭐 하나도 모르니 약간 답답하다.
집에 와서 듣는 건 정말 그 느낌이 안난다 ㅠ ㅠ.,,,.으어..다시 듣고싶어

그리고 bis도 두 곡이나 해주었다. 음 ㅠ무슨곡인지 까먹음
그런데 마지막 앵콜곡에서 갑자기 근엄한 타악기 할아버지들이 막 쌈바...악기 같은 요상한 방정맞은 악기들을 막 찰랑찰랑찰랑 흔들어대셔서!!!!
혼자 갔는데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ㅠㅠㅠㅠ
진짜 아직도 웃기다. ㅋㅋㅋㅋㅋㅋ
아래 사진 오른쪽 위에 네분이서 쑥덕거리며 웃으시는 분들이 바로 그 정열의 쌈바의 주인공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ND


(그 내용이 어떻든 간에) 보다 본격적인 의미의 방학이 점점 가까이 다가옴과 함께.
정말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지고 있다. 금방 지나가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 그나마도 짧게 끄적이는 수준이지만 - 글 쓰는 것도 전혀 엄두도 내지 않고 있었다.

어제 18일에는 정명훈과 Orchestre philharmonique de la Radio France,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Vadim Repin의 콘서트에 갔었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연주를 들었는데 이렇게 뿌듯한 날은 집에 돌아오는 그 익숙하고 별다를 것 없는 길이 살아 움직이는 무엇과 같아 그 숨소리가 들리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만 같다. 마치 허공을 무게 없이 걷는 듯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공연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경직된 어깨로 지팡이만 없을 뿐인 좀머씨처럼 무섭게 걷고 주로 말도 안되는 팝송들을 귓 속에 구겨넣으며 돌아온다.

신뢰. 이제는 정명훈과 OPRF의 연주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라 할 지라도 무조건 가서 보고 싶다. 사실 그 레퍼토리가 보통 대단히 모험적인 것은 아니고 이 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성적이고 세련되고 재기넘치는 프랑스-러시아 작곡가들의 "클래식"들을 비교적 온순하게 훑는 경우가 많아, 어떤 날짜를 선택하더라도 일반적 취향의 사람 (아마도 나도 포함)에게 그 권장분량을 초과하는 일탈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이는 어쩌면 파리에서 고를 수 있는 가장 무난하고 점잖은 악단과 지휘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OPRF의 예술감독인 정명훈의 곡 선택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공연날 마다 관객석을 빈틈없이 가득 메우는 2천여명의 파리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클래식 명곡 산책의 수준이 아님을 점점 더 확신하게 하는 수준 높은 전략이다. 프랑스 작곡가들이야 그렇다 치고, 올해는 러시아 문화의 해이므로 러시아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주하는 것은 정책적인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명훈과 그의 오케스트라는 그들이 선택한 곡들을 너무나도 빼어나게 연주해내고 있다. 이 사실에는 음악 외의 어떠한 설명이나 이유도 가져다 붙일 필요가 없다.

최근 정명훈 연주에서는 특히 긴장과 집중이 흩어질 새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고 꽉 찬 느낌이 대단히 압도적인데, 매번 그럴 것이라는 기대에 배반당한 적이 없다. 바딤 레핀도 오케스트라와 어울려 대가 다운 훌륭한 바이올린을 들려주었는데, 본 프로그램인 랄로 스페인 교향곡도, 재치넘치는 앵콜곡도, 공연 보러다니는 보람을 백배 천배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앵콜곡 다시 듣고 싶어 죽겠다. 빨리 아르떼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아. 얼마전 크레모나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박물관에 다녀왔는데. 그 예술 작품이 만드는 또 다른 차원의 예술을, 그 떨림을 지금 내가 바로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감격했다. 형체도 없는 선율을 만드는 예술.

차이코프스키 6번이야 워낙 곡이 대단하기 때문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정명훈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은 무엇보다 그 생동감이 놀랍다. 아주 맛깔스러운 연주다.
합창석에 앉아서 팀파니와 관악기들 큰 소리를 너무 너무 가까이서 들어서 좀 아쉽긴 했다.

아직도 뿌듯하군.
솔직히 마음같아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와우ㅏ아ㅗㅇ앙 너무좋아 이렇게 써버리고 싶기도 하고
사실 전화로 말할 때는 우ㅏ와우ㅏ오우ㅏ와앙 짱이야 짱이야 이랬지만..
글로 쓰려니 힘들군.
연습이다 연습.
아이고 ㅋ

+
아르떼에 올라온 동영상을 다시 보며.
무시무시한 기교와 강철같은 집중력이 필요한 파트에서도 그저 음악이 즐겁고 기분 좋아 아이같이 입가에 떠오르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이 연주자, 스스로도 모르게 입으로 딴 딴!하는 지휘자.
앵콜곡 연주할 때 단원들 모두가 웃는 얼굴인 것이 왠지 뭉클하다.
노력하는 이가 즐기는 이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12세기에 허물어졌다 다시 지어진 시골 교회의 벽돌이 어느 지방에서 어느 경로를 통해 운반되어 온 돌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며 더없이 즐겁게, 말도 안되는 농담을 나누는 우리 교수님들의 아우라가 생각나 갑자기 등골이 서늘하다....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Myung-Whun Chung - Vadim Repin

vendredi 18/06 2010 20:00

  •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 Myung-Whun Chung : direction
  • Vadim Repin : violon

Programme

  • Modeste Moussorgski
  • La Foire de Sorotchiniski "ouverture" et "Gopak"
  • Edouard Lalo
  • Symphonie espagnole
  • Entracte
  • Piotr Ilitch Tchaïkovski
  • Symphonie n° 6 "Pathétique"


+ bis
Variations sur 'il Carnevale di Venezia' de Paganini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