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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2 지나간 공연들 1

지나간 공연들

ouïe/classique 2010. 12. 12. 18:01

12월 4일의 바딤 레핀 +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프로코피에프, 야나첵, 라벨 소나타.
12월 6일의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페도세예프의 "전쟁과 평화" 프로젝트

둘 다 물론 플레이옐에서 있었고.
어떻다 말하기 입 아플만큼 좋은 공연들이었다. 제 값을 주고 봤어도 돈 아깝지 않았을 것 같다. (이건 너무 당연한가.)

레핀의 바이올린은 들으면 기분이 되게 좋아진다. 정확히 말하면 레핀은 연주할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아보인다. 그래서 보고 있는 사람도 덩달아 즐거운 것 같다 ㅎㅎ
아무리 심각하고 엄청난 기교가 요구되는 - 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 어려운 곡이어도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과 큼직 큼직한 동작으로 슥 슥 연주해내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뭐 사람이 저런가 무서우면서도 ㅋㅋ 기분이 좋다.
베레조프스키의 반주도 훌륭했다. 같이 갔던 친구는 특히 그의 연주를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무서운 러시아의 두 거장이 호각을 이루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두 사람이 너무 편안하게 연주를 하기에 그 자체로 음악 외적인 재미마저도 있었다.
다만 아무래도 그들에게 기술적으로 너무 모든게 쉬워서인지 둘이서 약간 기교 잔치를 벌이는 바람에. 바이올린 소나타의 수수하고 질박한 맛은 찾기 힘들었고 (특히 야나첵이나 프로코피에프) 그 곡 자체가 주는 울림보다는 뭔가... 그냥 레핀을 보고 온 느낌이 많이 들었다. 라벨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저번 조슈아 벨보다 훨씬 더 라벨 같았다.

이 날 앵콜곡은 3곡이나 있었는데 그것도 아주아주 긴 곡들로만.
왜인지 본 프로그램보다 더 느낌이 좋더라. 안타깝게도 무슨 곡들이었는지 모르겠다.
계속 계속 다시 무대로 나오길래 친구랑 음 저사람들 오늘 뭔가 잘되나보다 하고 귓속말을 했다. ㅋ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페도세예프의 6일 공연이 나는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 날 연주된 곡들을 아우르는 주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였고 지휘자에 의해 기획되고 연출! 된 일종의 프로젝트 물이었다. 러시아의 유명한 배우들이 맡은 (나는 러시아 영화를 잘 몰라서. 처음 본 사람들이었으나) 곡 중간 중간에 극적인 나레이션 역시 이 날 프로그램을 특별하게 한 요소 중 하나였다. 전쟁과 평화라는 키워드가 말해주듯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침공을 러시아 사람들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야기였는데 프랑스 관객들이 보기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나는 마냥 재밌었다.
첫 곡은 베토벤의 에로이카 1악장. 나는 저번 도흐나니 때 보다도 훨씬 좋았는데 1악장 뿐이어서 좀 아쉬웠다. 그 후에는 프로코피에프의 오페라 전쟁과 평화 서곡과 왈츠,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이 연주되었다.
1812년 서곡이야말로 이 날의 백미였는데,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을 정도였다. 작곡가의 이름을 걸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또 프랑스라서 뭔가 미운 마음을 담아 필사적으로 연주하는 건지 ㅎㅎㅎ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숨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엄청나게 강렬한 순간이었다.
프랑스 사람들마저도 약간 정신을 잃고 미친듯이 환호하더라.
또 듣고싶네. 정말 곡 자체가 너무 멋있다. 공부 좀 해야지. 뭔가 굉장히 이야기가 많이 얽혀있는 곡인 것 같던데 뭐 하나도 모르니 약간 답답하다.
집에 와서 듣는 건 정말 그 느낌이 안난다 ㅠ ㅠ.,,,.으어..다시 듣고싶어

그리고 bis도 두 곡이나 해주었다. 음 ㅠ무슨곡인지 까먹음
그런데 마지막 앵콜곡에서 갑자기 근엄한 타악기 할아버지들이 막 쌈바...악기 같은 요상한 방정맞은 악기들을 막 찰랑찰랑찰랑 흔들어대셔서!!!!
혼자 갔는데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ㅠㅠㅠㅠ
진짜 아직도 웃기다. ㅋㅋㅋㅋㅋㅋ
아래 사진 오른쪽 위에 네분이서 쑥덕거리며 웃으시는 분들이 바로 그 정열의 쌈바의 주인공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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