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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9 Quintette Capuçon, Brahms musique de chambre @ Salle Pleyel 18102009



가을 햇빛이 쨍한 일요일 오후, 플레이옐에 콘서트를 보러 갔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이번 주말에 걸쳐 열린 브람스 실내악곡 싸이클 중 마지막 공연으로,
현악 오중주 op.111과 피아노 오중주 op.34 가 예정되어 있었다.
연주자는 Quintette Capuçon, 그러니까 카퓌송 퀸텟 + 피아니스트 니콜라 앙겔릭(Nicholas Angelich)이었다. 카퓌송 퀸텟은 형제 바이올리니스트 Renaud Capuçon과 첼리스트 Gauthier Capuçon을 중심으로 바이올린에 Aki Saulière, 비올라에 Béatrice Muthelet 와 Antoine Tamestit - 이름은 처음들어본 - 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 초 플레이옐 시즌 presentation 공연 때 Renaud와 Nicholas Angelich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굉장히 좋은 연주를 들려주어서 이번에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표를 예매했다. 게다가 브람스 피아노 오중주 34번은 정말 내가 제일 제일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데. 놓칠 수 없었다.
플러스. 이번엔 친한 친구와 같이 가게 되어서 좀 더 들떴다. 히히..
10유로짜리 가장 꼭대기 안 좋은 클래스 자리를 예매했었는데 운좋게도 이 날 관객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아서 앞에서 두번째 자리에 엉겁결에 앉게 되었다.
물론 무대에 아주 가까운데다 가장자리 쪽이어서 목이 아파 계속 무대를 보기가 힘들긴 했지만.
돌아 앉은 첼리스트 고티에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고 두번째 바이올리니스트는 거기에 있는지도 공연 시작 한참 후에야 알았다.ㅎㅎ
어쨌든 연주자들과 가까이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피아노 소리도 정말 생생하게 들렸고.
브람스 오중주 34번은 저번에 하겐 쿼텟과 폴리니의 연주로 플레이옐에서 직접 듣고, 문자 그대로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한 후로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루빈스타인/구아네리 쿼텟, 폴리니/콰르테토 이탈리아노 이렇게 두 종류의 씨디를 사서 집에서 아무 생각없이 계속 반복해 들었다. 정말 곡 자체의 흡인력이 대단한 것 같다.
특히 3악장과 4악장에서 느껴지는 나무 악기들의 힘이란 정말...
(정말 나무 울음 소리가 나는 거 같아서 나무 악기라고 꼭 쓰고 싶었다)
오늘 공연에서도 어휴... 르노 카퓌송의 몰아치는 듯 강하면서도 섬세한 바이올린은 정말 대단했다. 다만 내가 들어본 다른 연주들에 비해서 다른 바이올린과 비올라 분들의 백업은 다소 힘이 달리는 느낌이었다. 동생인 고티에 카퓌송은 미소년들만 할 수 있다는 갈색 테리우스 단발머리에 어울리게도 무척 부드러운 첼로를 연주했는데. (그렇다고 또 미소년이라는 뜻은 아님.)
좋긴 한데 너무 비단결같이 부드럽기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4악장 끝날 때 즈음 첼로 혼자 부분에선 특히 좀 불안할 정도로 빡빡 긁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왔는데.
그러나 연주가 끝나고 공연장 밖으로 나가니 저 주요 인물들의 사인회가 열리는 것이 아닌가.
아쉬웠던 점이고 뭐고 생각도 안나고 얌전히 줄서서 방글방글 웃으며 사인 다 받아서 나옴.
친구는 심지어 르노와 사진까지 찍었다.
공연 후에 이벤트가 있었던 적은 처음인데 또 이런 재미도 있네.
오랜만에 정말 이상적인 주말을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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