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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1 Joshua Bell @ Salle Pleyel, 10 05 2010


비가 꾸물꾸물 오는 별로 상쾌하지 못한 늦봄(벌써!)의 저녁, 집을 나서기가 무척 귀찮지만 그래도 "당연히" 가야하는, 재고의 여지 따위는 없는 그런 중요한 저녁 약속이다.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독주회. 아주 아주 보들보들한 바이올린이라는 첫인상에,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음색은 딱히 아니지만서도, 직접 들으면 온갖 스트레스가 정말 봄날 눈 녹듯이 싸악 풀리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작년 겨울에 심지어 제 값 다 내고 예매를 했었다.

1부의 모차르트와 베토벤에서는 역시 내 기대대로 아주 부드럽고 쉬운 연주, 무슨 저지방 요거트마냥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은 정도의 윤기가 흐르는 행복한 바이올린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자칫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랑말랑한 음악이었는데, 정말 이 사람은 왠지 늘 따뜻한 애정과 관심 속에서 탈없이 무럭무럭 자랐을 것 같다 - 는 무서운 편견을 심어 주기 충분한 것이었다.
또 늘 버릇대로 인상 팍 쓰고 미간에 주름 (머지않아 정명훈 선생님처럼 아예 각인 될 듯.) 잡고 팔짱 딱 끼고 앉아서 보고 있는데 이런 심각한 내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
이 사람의 연주를 듣노라니, 그래서 음악을 조금 덜 소중히 여겼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연주라면 토끼풀 자라난 푸른 잔디밭에 뒹굴 뒹굴 드러누워 같이 콧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치면서, 연주자와 관객이라는 구분 없이 서로 눈웃음 나누면서 편안히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이 사람 연주를 들으려면 꽤 거금을 내야 하고, (물론 이번 독주회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일생에 몇번 오지 않을 특별한 기회이고, 우리는 지금 파리에서 가장 권위있는 음악회장에 번호표대로 얌전히 앉아있고, 이런 저런 무게 있는 이유들 때문에라도 나는 지금 이 음악, 잡음 섞이지 않은 이 선율, 스피커 나무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이 생생한 어쿠스틱이 잘못하면 깨질라 마냥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아무리 혼자 신이 나도 곡 중간에 박수를 칠 수는 없는 일이다. 안타까웠다.

2부에서는 조금 날이 선 듯한 긴장감 있는 라벨과 사라사테를 들을 수 있었다. 차이코프스키는 좀 너무 슬펐다. 소중한 장소에서의 추억인가. 참.. 라벨과 차이코프스키의 세계에서는 진짜 내가 어떤 식으로도 빠져나올 수가 없다.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처음 들어봤는데, 사실 프로그램을 돈 받고 파는 바람에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막 바로 들었는데도, 첫 소절에 라벨인 걸 알겠더라. 정말 라벨의 그 다채로움과 풍부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슈아 벨의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모차르트도 좋지만 악셀을 좀 더 밟아서, 끓어넘치는 감정을 애써 보듬어 안는 듯 애처롭고 어딘가 불안한 2부 프로그램들이 나에게는 더 호소력있고 꽉 차게 느껴졌다.
그리고 반주와 어쩜 그렇게 호흡이 잘맞는지 무슨 찰떡같이 착 착 붙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참 듣기도 보기도 좋았다.
완전 머리 툭 툭 떨구면서 램수면을 취하시던 옆자리 남자가 곡만 끝나면 신통하게도 벌떡 일어나 브라보를 버럭 버럭 외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 역시..

집에 오니 해야할 일들이 또 산더미라 애초 기대했던 만큼 가뿐한 상태 만은 아니었지만, 사실 비오는 날 꾸역꾸역 콘서트장에 가서 다리 꼬고 무서운 얼굴 하고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다 하며 조오타고 공연 잘 봤으니 사실 풀어야 할 스트레스가 그렇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Joshua Bell © Timothy White (출처 www.sallepleyel.fr)

lundi 10/05 2010 20:00

  • Joshua Bell : violon
  • Sam Haywood : piano

Programme

  • Wolfgang Amadeus Mozart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en si bémol majeur K 454
  • Ludwig van Beethoven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n° 7 en ut mineur Op.30/2
  • Entracte
  • Maurice Ravel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n° 2 en sol mineur
  • Piotr Ilitch Tchaïkovski
  • Souvenir d'un lieu cher pour violon et piano op.42 Méditation
  • Pablo de Sarasate
  • Introduction & Tarantelle o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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