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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8 Gustav Dudamel, Simon Bolivar Youth Orchestra @ Pleyel, 231009 + 공연 실황

Everyone says I love Dudamel!
10월 23일은, 적어도 파리 8구에 위치한 이 콘서트홀 안에서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날이었다.
귀여운 곱슬머리에 내 또래 (그래도 내가 좀 어리다고 굳이 말하고싶다) 라는 점 때문에 괜히 친근감이 드는 이 슈퍼스타 지휘자는 그가 몇년간 몸담았던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그리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이끌고 오늘과 내일 이틀간에 걸쳐 플레이옐의 무대에 서게 되었다.
프로필 역시 흥미롭다. 줄리어드 음대를 나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소위 말하는 "까다로운" 구역에 있는 어떤 음악학교(이름을 까먹음)에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연주하는 기쁨을 가르치고 나누는 일에 몸 담았던 훌륭한 청년이다. 이제는 LA필하모닉 directeur musical로 부임해 가면서 정든 베네수엘라와 el sistema를 다시 떠나게 되는데, 작별인사 삼아 그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럽 투어를 하고 있다. (예술감독으로 계속 남기는 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이런 귀여운 사진들도 찾았음.

http://desempleadoenguayana.files.wordpress.com/2009/05/dudamel.jpg

http://www.bucaramanga.com/blogs/mirada-latina/wp-content/uploads/2009/05/dudamel.jpg

조금 점잖은 사진 ㅋㅋ

http://www.valladolidwebmusical.org/actualidad/08/orquesta_Simon_Bolivar/gustavo_dudamel.jpg


23일의 콘서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Maurice Ravel
Daphnis et Chloé (Suite n° 2)
Evencio Castellanos
Santa Cruz de Pacairigua
Entracte
Hector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Rappel:
Leonard Bernstein
Mambo

청중이 공연장 내를 정말이지 가득 메운 가운데 지휘자가 무대에 첫 등장하자 마자 객석에서 "브라보!" 하는 고함이 터져나오는 등. 연주를 듣기 전부터도 그의 인기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아무래도 베네수엘라에서 팬클럽이 그의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응원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관객석의 그 들썩이는 열기란 그야말로 대단했다고 밖엔.
연주가 시작되고 보니, 그의 지휘는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예뻤다".
움직임 자체가 굉장히 가볍고 쾌활한 느낌이었다.
보기에도 기분이 좋았고 곡의 감성과도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두다멜의 지휘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그의 오케스트라와의 팀웍이었다. 그냥 "손발이 딱딱 맞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한 몸처럼.
어떤 파트에게 지시를 할 때 그는 거의 연주자들 한테로 걸어가 직접 말을 하는 것 처럼 보였는데,
물론 어떻게 보면 오히려 원시적인 형태일 수도 있지만 그런 즉각적인 소통의 시도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그 효과가 명백했기 때문에 더욱 영리해 보였다.
아마도 그와 시몬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각별한 인연과 끈끈한 정 덕분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굳이 그렇게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이러한 인상을 더욱 강하게 심어준 것은 공연 끝의 앵콜로 들려준 번스타인의 Mambo 연주였다.
두다멜은 폴짝 폴짝 뛰기 시작했고 (ㅋㅋ) 피아니스트는 앉아서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아주 신나게 리듬을 타고 있었다. 모든 단원들이 사실상 춤추는 것 처럼 보였다. 실제로 꽤 적극적인 춤사위를 선보인 한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음. ㅋㅋㅋ 볼 것이 너무 많아 눈이 바빴다.
오랜만에 이런 "젊음"이 들끓는 연주를 보니 그 자체로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사람들이 너무 너무 신나서 박수와 환호 소리로 마치 락 가수의 공연장 분위기를 방불케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예정보다 훨씬 늦어진 시간에도 아무도 집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모두가 두다멜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한편 르몽드에서는 (10월 27일자) 두다멜이 과연 그의 타이틀이나 소문 만큼 실력이 있는가 문제를 제기하는 리뷰가 실렸다. 곡 해석이 너무 강하고 rough하다는 점을 들며 대체로 혹평에 가까운 글이었는데. 사실 몇몇 부분이 좀 과장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나야 곡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아직 별다른 기준도 없고 지식도 없어 전문가의 말이 맞나보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듣고 있을 당시에는 그저 마법처럼 정신없이 빨려드는 기분이었으니.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의 커리어가 앞으로도 많이 다듬어져야 하고 더 많이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리고 하드 락 공연에 다녀온 것 처럼 머리가 띵했다는 것 또한 상당부분 동의) 지금 2009년 파리에서의 두다멜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나는 만족하기로 했다.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어떤 완숙한 모습 만큼이나 지금의 이 공연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십년후의 "거장"을 미리 기대하는 것은 파릇파릇한 청년에게 괜히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싫다.
어쨌든 내가 들었던 가장 박력있고 유쾌하고 기분 좋은 라벨과 베를리오즈였고.
이 날 본 것처럼 흥분하고 떠들썩 한 파리 사람들의 모습은 무척 낯설고도 재밌었다.
보통 파리의 클래식 공연장에서 보는 이들은 다들 근엄하고 어딘가 꿍꿍이가 있어보이고 일없이도 바빠보이는데에 비해, 이렇게 말썽꾸러기 같고 술취한 것 같은 모습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 아르떼에서 23일 공연 실황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다시 봐도 좋다.
결혼반지는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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