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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5 사랑하는 에펠탑 2



파리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중에도 몇개를 꼽자면 ..
자전거, 빵, 콘서트, 박물관, 도서관, 옷가게, (강 위의) 다리 같은 것들이다.
그냥 나는 이 곳의 공기가 좋다. 이 곳에서 쉬는 숨이 좋다.
좋아하는 건축물들도 많은데 아마도 에펠탑은 그 중에서도 최고가 아닐까 싶다.
에펠탑은 거의 파리, 프랑스의 상징(좋게말하면 상징, 사실은 거의 cliche)처럼 되어버려서
파리 이야기를 하는데 구태여 에펠탑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게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파리에서 내가 제일 처음으로 만난 생물은 
에펠탑이었다.
왠만큼 철이 들어 다시 프랑스를 찾았을 때 
에펠탑은 나에게 마치 산 짐승과도 같이 보였다.
저렇게 큰게 저기서 뭐하는거지? 하는 바보같은 생각 마저 들었다.

요즈음은 출퇴근하려면 에펠탑을 매일 두번씩 지나쳐야 하기 때문에
그냥 쟤가 저기 있구나 하는, 적어도 에펠탑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만은,
조금의 무덤덤함을 배우게 되긴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경외의 대상이다. 

여름 혁명기념일 밤 불꽃놀이를 했을 때 그 느낌은 배가 되어 다가왔는데
아마도 불꽃 때문에 그 시커먼 철골 뼈대의 윤곽이 멋대로 흐트러져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허연 대낮 에펠탑 발 밑의 바삭이는 잔디에 누워서 
그냥 눈에 보이는 걸 그대로 보고있을 때도 그렇다.
무지막지한 밑둥 하며, 조금의 주저도 없이 힘차게 감아올라가는 쇳덩어리를 보고 있자면
에펠탑은 마치 세상에는 또 없을, 강하고 외로운 동물 같다는 느낌을 나는 받는다.

귀스타브 에펠이라는 프랑스 사람이 100여년전에 만든 건축물일 뿐이다.
아는데 그런데도 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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