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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6 오늘의 즐거움

오늘의 즐거움

ouïe/classique 2010. 11. 26. 08:35


별 기대 않고 따라간 무료 공연에서 정말 괜찮은 연주를 들어서 기분이 무척 좋다.
올해 5월에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쿨에서 최연소 finalist 로 기록을 남긴 박종해 씨의 피아노로
Palais-Royal 근처의 Oratoire du Louvre에서 조촐한 리사이틀이 열렸다.
문화원 식구들을 따라갔는데 자리가 그렇게 배정이 되어
피아노 바로 앞 - 그러니까 연주자의 뒷모습을 고작 1.5m-2m 정도 떨어져서 지켜볼 수 있었다.
덕분에 젊은 ? 어린 ?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을 꽤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음... 아마도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을 만한 연주자다.
그에게 재단 상을 수여한 S.O.S. Talents 재단 회장인 Michel Sogny라는 사람이 그를 virtuose라고 소개하기에, 사실 나는 뭐 벌써 비르투오소 까지...하고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반신반의 했었다.
하지만 왠걸 처음 바흐를 지나 모차르트, 리스트에서 프로코피에프까지 연주가 거듭될 수록 어쩔 수 없이 수긍이 가는 것이었다. 건반을 놀리는 노련함과 재치가 눈에 띄었다.

조금 무른 듯하지만 성실한 바흐도 맑고 경쾌한 모차르트 10번도 괜찮았지만
특히 리스트 소나타와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7번은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들을 만한 값어치가 있는 연주였다. 정확하고 힘있고 또렷하고 리듬감도 살아있는. 프로코피에프와 그리고 앵콜곡들에서는 약간 투박하고 건조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나름 그것도 괜찮았다. 내가 듣기로는 미끌미끌 윤기있는 피아노는 아니었다.
앵콜의 쇼팽 에튀드 10-1과 라흐마니노프 에튀드 (몇번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누구의 곡인지 모르겠는 에튀드 (그냥 연습이라고 말하던데 설마 직접 작곡한 건 아니겠지.?) 도 다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여기서 본 또래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넘치는 힘을 어쩌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듣는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만한 박력과 아주 고르고 섬세한 터치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흔치않은 장점이었다. 일단 어떤 독창적인 캐릭터가 있다기 보다는, 참 "잘 배웠다" 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들었다.
꾸준히 하시면 앞으로 계속 더 잘 되지 않을까요. 오늘 공연 정말 잘 들었고 고맙습니다. 다음엔 표 사서 갈께요. (왠지 검색하다가 이 글을 본인이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급 예의 갖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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